봄이 오면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은 웅장한 폭포와 화려한 야생화를 보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대개는 요세미티 계곡(Yosemite Valley)으로 몰려가죠. 하지만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북서쪽 구석에 있는 헷치 헷치 밸리(Hetch Hetchy Valley)에 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요세미티 계곡과 비슷하게 깎아지른 듯한 화강암 절벽과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폭포들이 절경을 이루며, 이 때문에 자연보호주의자 존 뮤어(John Muir)가 이곳의 아름다움이 요세미티 계곡과 쌍을 이룬다고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헷치 헷치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들이 많지 않고 기념품점이나 매점도 없다는 점입니다.
그로브랜드(Groveland)에서 출발하여 120번 하이웨이와 에버그린 로드(Evergreen Road)를 타고 한 시간쯤 달리면 헷치 헷치의 험한 절벽이 나타납니다. 이 절벽은 샌프란시스코에 물을 공급하는 8마일(13km) 길이의 저수지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 저수지가 생기게 한 오셔그네시 댐(O’Shaughnessy Dam)은 1920년대에 7년이나 걸려 건설되었으며, 샌프란시스코까지 156마일(251km)에 걸친 도수관과 터널을 잇는 데에는 14년이 더 걸렸습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하이킹입니다. 한여름에는 조금 뜨겁겠지만,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하이킹을 즐길 수 있으며, 댐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가로질러 터널을 통과하면 와파마 폭포(Wapama Falls)에 이르는 2마일(3.2km)의 등산로 입구가 나옵니다. 가는 길에 투이울랄라 폭포(Tueeulala Falls)도 있죠. 둘 모두 1,000피트(305m)가 넘는 폭포로, 반들거리는 화강암에서 떨어진 물줄기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깊고 푸른 호수로 퍼져가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호숫가에는 보랏빛 미나리아재비, 알록달록한 루핀, 분홍색 고데치아가 화려한 양탄자처럼 펼쳐집니다. 비하이브 메도우 트레일(Beehive Meadow Trail)의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면 더욱 감동적인 경치를 볼 수 있습니다. 오르막길의 좌우에 피어 있는 야생화도 아름답습니다.
하이킹을 마친 후에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날 것입니다. 차를 타고 9마일 정도 이동하면 오래된 건물들이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에버그린 롯지(Evergreen Lodge)입니다. 1920년 헷치 헷치 댐 건설 노동자들을 위한 숙소로 지어졌는데 지금은 선술집, 식당, 해수풀이 딸린 리조트로 변신했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에는 야외 파이어 피트에서 스모어를 구우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세요. 에버그린의 자매 호텔인 러시 크릭 롯지(Rush Creek Lodge)에도 일반 객실과 스위트룸, 독채 별장이 있습니다. 며칠 머무를 여유가 된다면 투올러미 강 래프팅도 추천합니다. 헷치 헷치 서쪽에 있는 투올러미 강(일명 “T”)으로 가면 IV급 수준의 18마일(29km)짜리 급류 코스가 있습니다. 클레이비 폭포(Clavey Falls)의 세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순간이 가장 짜릿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