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다이처럼 강력한 힘을 가진 스타워즈의 주인공들에게도 휴가가 필요한 법입니다. 이제 새로운 스타워즈 영화를 기다리는 팬들을 잠시 뒤로 하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그리고 지금까지 열심히 일해 온) 스타워즈 캐릭터들에게 휴식 시간을 줄 때가 되었습니다.
물론 디즈니랜드 리조트의 스타워즈: 갤럭시 엣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수도 있겠죠. 1만 7천 평에 달하는 이 테마 공간에서 밀레니엄 팔콘 놀이기구, 광선검 만들기, 블루 밀크 등의 간식을 즐기다 보면 마치 바투 행성에 와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는 스타워즈 팬들이 좋아할 만한 명소가 무궁무진한데, 그중 몇 곳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앞으로 있을 전투(혹은 다음 속편)를 위해 재충전을 필요로 하는 스타워즈 캐릭터들의 취향에 맞춰 오직 캘리포니아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근사한 휴양지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다스 베이더: 데스 밸리
데스 밸리는 그 이름만으로도 다스 베이더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국립공원입니다. 하지만 새와 야생화를 보며 산책을 하다 보면 아나킨이었던 시절의 선한 심성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 아니면 밤하늘이 매우 어두워 별자리를 관찰하기 아주 좋은 미국 최대의 국립공원인 데스밸리에서 새로 정복, 아니, 탐험할 은하계를 찾으며 밤을 보낼 수도 있겠네요.
루크 스카이워커: 샌디에이고
성격과 헤어스타일만 보면 영락없는 서퍼인 사막 출신의 루크 스카이워커에게는 서핑을 추천합니다. 서핑을 하다 넘어지지 않도록 포스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겁니다. 샌디에이고의 코로나도에서 오렌지 카운티의 샌오노프레까지 여러 해변이 줄지어 있지만 루크 스카이워커는 인근의 명상센터를 따라 이름을 붙인 훌륭한 서핑 스폿, 엔시니타스의 스와미 해변을 가장 좋아할 것 같네요.
요다: 매머드 레이크
캘리포니아의 습지는 다른 명소에 비해 그다지 유명하지 않지만, 제다이 마스터 요다에게 이곳은 마치 편안한 집과 같겠죠. 요다는 아름다운 매머드 레이크의 벤턴(Benton), 트래버틴(Travertine), 커프(Keough) 같은 천연 온천에서 생각에 잠기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할 것입니다. 또한 요다라면 인근의 모노 레이크도 잊지 않고 들를 겁니다. 수심이 얕고 물의 염도가 높은 이 호수는 한때 내륙의 바다였지만 오늘날에는 석회암 탑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요다처럼 오랜 세월 독특한 매력을 뽐내는 곳입니다.
레아 공주와 한 솔로: 산타바바라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스타워즈 대표 커플인 한 솔로와 레아 공주/장군이 과거에 미국의 리비에라(프랑스의 휴양지)라고 불리는 산타바바라에 함께 방문했다면 둘만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겁니다. 낭만적인 산타바바라는 한 솔로에게 어울리는 느긋한 분위기의 도시이자 레아 공주에게 딱 맞는 고급스러우면서 남들 눈에 띄지 않는 도시입니다. 아마 한 솔로는 경비행기를 빌려 타고 하늘 위에서 해안선을 구경한 다음 오픈카를 타고 옛날 느낌의 관광을 즐기고 싶어 할 겁니다. 레아 공주는 산타 이네즈 밸리의 와인 산지로 당일 여행을 떠나 샤르도네와 카베르네 프랑을 양손 가득 챙겨 돌아오면서 한 솔로와 함께 마음에 드는 와인에 대해 열띤 논쟁을 펼칠 것 같네요.
핀: 비벌리 힐스
스톰트루퍼였던 핀은 깨어난 포스에서 저항군의 편에 서며 인생의 큰 변화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내면의 변화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내면에 어울리는 근사한 모습으로 새롭게 단장해보는 건 어떨까요? 핀이 겪은 이 크나큰 변화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가장 좋은 곳은 비벌리 힐스입니다. 어울리지 않는 흰 갑옷을 벗고 나면 스파에서 건강한 피부와 머리카락을 위한 트리트먼트를 받고 싶을 겁니다. 로데오 거리로 가서 멋진 옷을 고르는 것도 빼 먹을 수 없죠.
레이: 팜스프링스 지역
이 용감한 소녀는 오랫동안 자쿠 행성 사막의 잔해 속에서 쓸만한 부품을 찾아 팔아온 만큼 오래된 물건의 업사이클링에 관심이 많습니다. 팜스프링스 지역은 근대 건축물들과 골동품, 빈티지 가게가 즐비한 타임 캡슐 같은 곳이어서 어딜 가나 레이의 눈이 즐거울 겁니다. (또한 인근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서 즐기는 암벽 등반부터 리조트 호텔의 수영장에서 마시는 칵테일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C-3PO: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여러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이 까탈스러운 로봇은 유별나면서도 화려한 것을 좋아하니, 베이 지역을 가면 마치 물 만난 물고기 같을 겁니다. C-3PO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커피를 양껏 마시고 장인 정신이 깃든 요리를 맛본 후 금문교 북쪽 나파 밸리의 와인을 시음하면서 하루를 보낼 겁니다. 그다음에는 남쪽 실리콘 밸리의 산타클라라 인텔 박물관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에 관해 신나게 떠들거나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창업한 로스앨토스의 차고를 방문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겠죠.
R2-D2: 할리우드
일부 유명 인사들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야구 모자를 눌러쓰거나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며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려고 하지만, 우리의 슈퍼스타 R2-D2는 다릅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구경하는 것을 즐기는 R2-D2에게는 로스앤젤레스가 최고의 휴양지입니다. 먼저 더 무소 앤 프랭크 그릴(The Musso & Frank Grill)이나 핑스 핫도그(Pink’s Hot Dog)에서 간단히 배를 채운 다음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가서 사진을 찍는 코스를 추천하며, 할리우드 앤 하이랜드 센터 앞에서 다스 베이더 분장을 한 사람에게 한 마디 건네 보아도 좋겠네요.
오비완 케노비: 빅서
항상 고독과 함께하는 이 제다이 마스터에게는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1번 고속도로 드라이브가 어울릴 것 같습니다. 빅서의 레드우드로 뒤덮인 절벽에 있는 에솔렌 인스티튜트에서 명상이나 요가 강습에 참여하거나 줄리아 파이퍼 번스 주립공원에서 맥웨이 폭포를 내려다보는 나만의 완벽한 수련 장소를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레드우드와 안개로 둘러싸인 이 목가적인 장소들은 모자 달린 가운을 걸친 현자를 위한 완벽한 여행지입니다.
츄바카: 빅풋 시닉 바이웨이
츄바카는 항상 한 솔로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죠. 친구들이 보고 싶을 츄바카는 북부 캘리포니아에 출몰한다고 알려진 거대한 털복숭이 유인원인 새스콰치를 보며 쓸쓸한 마음을 잠시 달랠 수 있을 겁니다. 차를 타고 96번 도로를 따라 레드우드 코스트를 지나가다 보면 예티 동상, 벽화가 있는 일명 빅풋 시닉 바이웨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새스콰치 관련 기념품도 다양한데, 윌로우 크릭과 해피 캠프에 특히 많습니다.
BB-8: 새크라멘토
이 동글동글한 신참 드로이드는 무척 귀엽게 생겼지만 R2-D2를 비롯한 드로이드 선배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BB-8이라면 가장 먼저 캘리포니아 주립 철도 박물관에서 새크라멘토의 유서 깊은 철마들을 보며 초기 대륙 횡단 철도 여행의 향수를 느낄 것 같군요. 만약 BB-8이 성년이라면 오늘날 새크라멘토의 명물 중 하나인 다양한 수제 맥주도 즐겨봐야죠.
이워크: 그리즐리 크릭 레드우드 주립공원
제다이의 귀환에 나왔던 이 사랑스러운 생명체들은 유명세를 톡톡히 누렸지만 아무리 많은 사랑을 받아도 집만큼 좋은 곳은 없을 겁니다. 이워크들은 훔볼트 카운티에 있는 주립공원에 가서 내 집에 온 듯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곳의 치텀 그로브(Cheatham Grove)는 엔도 행성의 추격 장면을 촬영한 곳이기도 합니다. 작지만 다양한 매력을 지닌 이워크들처럼, 2.5제곱킬로미터의 이 작은 주립공원은 8킬로미터에 달하는 다양한 등산 코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카일로 렌: 라바 베즈 국립기념물
깨어난 포스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카일로 렌은 한동안 속세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싶을 겁니다. 샤스타 캐스케이드의 라바 베즈 국립기념물은 카일로 렌이 찾고 있던 바로 그 은신처입니다. 이곳에는 용암이 괴상한 통로 모양으로 굳으면서 생겨난 700여 개의 동굴이 있습니다. 이 동굴들은 1872~3년 모독 전쟁(Modoc War) 당시 은신처로도 사용되었으며 현재는 시원하고 한적한 탐험 장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카일로 렌이 방문하면 좋을 만한 10여 곳의 캘리포니아 지하 관광지가 있는데, 자유의 여신상이 들어갈 정도로 깊은 골드 컨트리의 모닝 캐번(Moaning Cavern)과 세쿼이아 국립공원의 종유석으로 가득 찬 크리스털 케이브(Crystal Cave)는 꼭 들러보는 것이 좋습니다. 크리스털 케이브의 내부는 항상 섭씨 10도 정도이므로 마스크를 벗을 필요도 없겠네요.
보바 펫: 윈체스터 미스터리 하우스
이 수수께끼 현상금 사냥꾼의 삶에는 의문점이 가득합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도대체 스타워즈 홀리데이 스페셜에는 왜 등장한 건지, 궁금증은 쌓여만 갑니다. 하지만 산호세에 위치한 이 이상하고 정신없는 빅토리아 시대 저택에 들어서면 이보다 더 불가사의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총기 사업가인 윈체스터가 죽고 난 후 남겨진 그의 괴짜 아내가 38년에 걸쳐 완성한 저택입니다. 비록 보바 펫이 탐낼 만한 무기들은 없지만, 160개에 달하는 방이 있는 이 웅장한 저택에는 47개의 벽난로, 40개의 계단, 13개의 욕실이 있으며 기묘하게도 샤워실은 단 한 곳밖에 없습니다.
랜도 캘리시언: 테메큘라 밸리
더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는 오랜 세월 한 솔로의 적이자 친구였던 랜도 캘리시언이 다시 밀레니엄 팔콘의 조종대를 잡습니다. 디즈니랜드 리조트에 있는 스타워즈: 갤럭시 에지의 놀이기구인 스머글러스 런(Smugglers Run)을 타고 조종 연습을 하거나 인랜드 엠파이어 언덕 위로 떠오르는 열기구에 탑승하여 마음 편히 하늘을 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도 있겠네요. 관심사가 다양한 캘리시언은 테메큘라 밸리에 위치한 페창가 리조트 카지노에서 잠시 도박을 즐기고 지역 내 다양한 유명 와이너리에서 진행하는 와인 테이스팅에도 참여하고 싶어 할 겁니다.
–카트리나 브라운 헌트(Katrina Brown Hunt)